의보개혁안 '성공이냐 실패냐' 막바지···공화당 반발속 입법 표결 카운트다운
민주당은 당내 이견을 조율하며 통과에 필요한 표 결집에 나서고 있고 백악관도 오바마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까지 조정하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낙태시술을 의료보험 혜택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민주당내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고 공화당의 반대도 여전히 거세 통과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1년간 양당이 밀고 당기는 공방을 벌여온 의료보험 개혁 추진과정을 살펴보자. 민주당이 의료보험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이다. 대선 당시 '전국민 의료보험 가입'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건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의료보험 개혁을 임기 중 핵심 과제로 정하고 개혁안 입법에 매진해왔다. 개혁안의 핵심은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정부가 나서 31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무보험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3월 5일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과 의료보험회사 대표 의료 관계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열띤 토론을 벌이며 의료보험 개혁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은 시작부터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공화당은 의료보험 확대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정부 주도의 공공보험 방식 등을 문제삼으며 조직적인 반대캠페인을 전개했다. 여기에다 여론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금융대란에 이은 경제난으로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여론이 호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의회에서는 개혁안에 대한 차분한 논의 보다는 찬반을 둘러싼 논쟁이 판을 쳤다. 의료보험 개혁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공청회는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백악관과 민주당 일각에서는 의료보험 개혁을 미루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론이 유리해질 때까지 작전상 후퇴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위기를 피하기 보다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9월 9일 취임 후 첫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 개혁을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는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의 역학구도도 한몫을 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개혁안의 의회 통과를 강행했다. 하지만 논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개혁안의 의회 통과는 하원에서 먼저 이뤄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하원 민주당 지도부는 진보성향 의원들의 요구로 당초 낙태시술을 보험혜택에 포함시키는 등 진보색채가 짙은 개혁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내 온건파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내 중도 성향의 온건파 의원들은 낙태시술이 개혁안에 포함될 경우 반대표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로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당 안팎으로부터의 반대여론에 몰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결국 진보성향의 의원들이 한걸음 물러나 낙태시술을 엄격히 제한하는 쪽으로 원안이 수정된 후에야 가까스로 사태가 진정됐다. 하원은 지난 11월 7일 의료보험 개혁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0표 반대 215표로 통과시켰다. 상원도 하원 못지않은 진통을 겪었다. 특히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보험 방식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간 첨예한 입장차이가 최대 난관으로 작용했다. 무소속 2석을 포함해 의결정족수 60석을 겨우 유지하고 있던 민주당은 무소속의 조 리버먼 의원이 공화당에 동조하는 바람에 공공보험을 포기한 뒤에야 개혁안을 표결에 부칠 수 있었다. 상원은 성탄절 전날인 12월 24일 개혁안을 찬성 60표 반대 39표로 통과시켰다. 상원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표결을 실시한 것은 1895년 이후 114년 만에 처음이다. 민주당의 승리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의료보험 개혁안의 의회 통과를 강행 처리한 민주당은 이내 혹독한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결과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 하락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취임초기와 비교해 무려 20%나 떨어졌다. 문제는 지지도 하락에서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의료보험 개혁안이 상원을 통과한지 불과 한 달이 채 안돼 실시된 매사추세츠 상원 보궐선거에서 무명의 후보를 내세운 공화당에 패배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 패배로 민주당은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저지선이 무너지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의료보험 개혁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사추세츠 선거패배 후 1주일 뒤에 행한 국정연설에서 의료보험 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국정연설 후 민주당과 백악관은 의료보험 개혁의 추진전략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백악관은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 초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중인 의료보험 개혁안의 상세한 내용을 백악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한편 텔레비전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캠페인에 돌입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도부와 핵심 당직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의료보험 개혁에 대한 공개토론도 벌였다. 그러면서 개혁안의 입법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하나하나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개혁안의 입법을 위한 민주당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강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 등 저지노력을 어떻게 봉쇄하느냐 하는 문제다. 이미 의사진행방해 저지선을 잃은 민주당으로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낙태시술 포함 놓고 민주당도 강·온파 갈려 대통령 해외순방까지 늦춰가며 통과 안간힘 그래서 나온 것이 ‘조정’ 절차다. 이 절차에 따르면 단순 과반수인 51명의 찬성만으로 법안의 통과가 가능하다. ‘조정’ 절차는 의회법에 보장된 입법수단이지만 소수당의 의사를 무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논란이 돼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일 의회에 개혁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면서 이런 표결방식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했다. 공화당은 즉각 반발했다. 공화당의 존 코니언 상원의원은 극도의 당파적인 처사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과제는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결집하느냐 하는 것. 민주당은 이미 개혁안의 하원 통과과정에서 심한 내홍을 앓은 바 있다. 당시 표결에서 당내 보수성향의 의원 39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도 개혁안 입법 후 수정을 조건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당이 분열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 지도부는 전체 개혁안을 먼저 통과시켜 법으로 확정한 뒤 세부 내용을 수정하는 2단계 과정으로 의료보험 개혁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하원이 지난해 12월 상원이 채택한 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킨 후 대통령 서명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후 추후 논의를 통해 당내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뒤 수정법을 발효시킨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상원 안이 하원을 무사히 통과하느냐 하는 것이다. 민주당 내 상당수 온건파 의원들이 이미 상원 안에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핵심 쟁점은 낙태시술을 어느 정도까지 제한하느냐 하는 문제다. 하원 안이 낙태시술에 정부의 자금 지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반해 상원 안은 이 보다 훨씬 완화된 조치를 담고 있다. 현재 하원 민주당 내 보수성향의 의원들은 낙태시술을 더 엄격히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진보성향의 의원들은 상원 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당내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는 의료보험 개혁안의 입법을 위한 막바지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백악관은 의료보험 개혁안이 이르면 이번 주 중 최종 표결에 부쳐질 것이라며 조속한 의회 통과를 장담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도 늦췄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인도네시아, 괌, 호주를 순방하기 위해 18일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출발날짜를 사흘 늦췄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14일 CNN 방송의 한 대담프로에 출연, 민주당이 의회 통과에 필요한 과반 수 표를 확보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한걸음 더 나갔다. 기브스 대변인은 같은 날 CBS 방송에 출연, 하원이 이번 주 중 지난해 말 상원이 채택한 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대통령이 최종안에 서명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회에서 개혁안의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들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의회 통과를 자신했다. 하원 민주당 내 서열 3위인 제임스 클라이번 원내총무는 이날 NBC 방송의 대담프로에 출연해 “지금 당장은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면서도 조만간 필요한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강한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존 베이너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개혁안의 통과를 저지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공화 양당 입장 민주, 의무 가입…94%까지 보험 공화, 보험비용 낮춰 수혜자 확대 민주당 지도부는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상원이 채택한 안을 표결에 부쳐 입법한다는 구상이다. 상원 안은 향후 10년간 8710억 달러를 들여 미국민의 94%에 해당하는 3100만 명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대다수 국민들이 의료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정부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가입을 돕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한다. 보험회사가 과거 병력 등을 이유로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더 받는 것도 금지된다. 하지만 논란이 됐던 정부 지원의 공공보험은 배제됐다. 특히 상원 안은 가구당 의료보험료로 2만3000 달러 이상 내는 고액 보험가입자에게는 중과세를 부과하는 조치도 담고 있다. 공화당은 통합된 단일 안이 없다. 대신에 공화당 지도부들이 개혁의 개괄적인 원칙들만 제시한 상태다. 공화당의 개혁은 의료보험 비용을 낮춤으로써 수혜자를 늘리는 것이 골자다. 공화당은 이를 위해 세제혜택 등 지원대책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안의 핵심인 의무가입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이다. 정부의 개입을 최대한 막고 시장의 자율에 맡기자는 논리다. 공화당은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 정부의 의료지원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비용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공화당은 민주당 안과 같이 처음부터 수혜대상을 확대하기 보다는 정부의 재정상태에 맞춰 점진적으로 수혜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진 일지 ◇2009년 -3월 5일: 오바마 대통령 백악관서 의료보험 개혁 포럼 개최 개혁 논의 시동 -6월 14일: 하원 민주당 개혁안 첫 발의 -7월 15일: 상원 민주당 주도로 개혁안 상임위원회 통과 -9월 9일: 오바마 대통령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서 의료보험 개혁 강행 천명 -11월 7일: 하원 민주당 주도로 개혁안 본회 통과 -12월 24일: 상원 민주당 주도로 개혁안 본회 통과 ◇2010년 -1월 19일: 민주당 매사추세츠 보궐선거 패배 의사진행방해 저지선 상실 -1월 27일: 오바마 대통령 국정연설서 의료보험 개혁 계속 추진 다짐 -2월 22일: 백악관 오바마 행정부 개혁안 공개 -2월 25일: 오바마 대통령 백악관서 민주 공화 의원들과 의료보험 개혁 토론 최준 워싱턴 특파원